오늘 점심은 회사 근처 골목 안 백반집이었어요. 간판도 없다시피 한 데라 처음엔 여기가 맞나 싶었죠?! 몇 번을 지나쳤는데도 여기가 밥집인 줄 몰랐거든요. 문 열고 들어가니 이모님 한 분이 주방이랑 홀을 혼자 왔다갔다 하시더라고요.
메뉴는 딱 하나, 오늘의 백반. 그날그날 반찬이 바뀐다는데 저는 이런 데가 좋아요.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회사 동료가 예전부터 여기 얘기를 했었는데 제가 계속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갔어요. 점심시간이 애매하게 걸려서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요.
상이 나오는데 반찬이 일고여덟 가지쯤 됐어요. 고등어조림에 콩나물무침, 계란말이까지. 국은 된장국이었는데 보글보글 끓여 나와서 구수하고 슴슴한 게 딱 제 스타일이더라고요. 집에서 끓이는 맛이랑 비슷했어요 :)
가격은 팔천원. 요즘 물가에 이 정도 상차림이면 감사한 수준이죠. 밥은 셀프로 더 먹을 수 있다고 하셔서 한 공기 더 비웠어요. 배가 부르니 오후 회의가 걱정이었지만요.
아 근데 오전에 딴 얘기 하나. 아침에 환기시키려고 창문을 활짝 열었거든요. 근데 밖을 보니 뿌옇더라고요. 미세먼지 앱 켜보니 나쁨. 결국 오 분도 안 돼서 창문 도로 닫았어요. 요즘 이런 날이 잦아서 애들 등원할 때마다 마스크 챙기는 게 일이에요. 며칠 전엔 막내가 마스크 안 쓰겠다고 현관에서 버티는 바람에 출근길이 십 분이나 늦어졌었죠. 그날 생각하니 웃기기도 하고.
날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은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잘 못 느끼겠어요.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만 크고 하늘은 계속 뿌연 느낌. 베란다 화분에 물 주면서도 먼지가 잎사귀에 뽀얗게 앉아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좀 그래요.
다시 백반집 얘기로. 이모님이 반찬 리필도 그냥 알아서 채워주시더라고요. 손님이 물어보기 전에요. 그런 게 은근 감동이었어요. 요즘은 이런 정 있는 밥집이 흔치 않잖아요. 프랜차이즈 식당 다니다 보면 그런 거 기대하기가 힘들거든요. 매뉴얼대로 딱딱 움직이는 데는 그 나름의 편함이 있지만 이런 손맛은 못 따라가죠.
옆 테이블엔 어르신 두 분이 앉아서 반주까지 곁들이시더라고요. 낮술이 어색하지 않은 동네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이 골목 자체가 오래된 상가들이라 그런지 시간이 좀 천천히 가는 느낌도 들고요.
혼자 밥 먹으면서 폰으로 애들 학교 알림장 확인하고, 막내 어린이집 준비물 목록도 다시 봤어요. 물티슈랑 여벌옷. 점심시간에도 마음은 반쯤 집에 가 있더라고요 ㅎㅎ
다음엔 같이
다음에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가야겠다 싶었어요. 혼자 먹기엔 반찬이 좀 아까운 양이었거든요. 나오면서 보니 저녁엔 백반 안 하고 술안주 메뉴로 바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저녁 메뉴판도 슬쩍 봤는데 두부김치랑 계란찜이 있더라고요. 언제 애들 다 재우고 혼자 살짝 나와서 한잔하러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어요.
주말에 대형마트 가면 이런 반찬 흉내라도 내볼까 싶었는데, 막상 집에 오면 애들 저녁이랑 숙제 봐주느라 그런 여유가 잘 안 나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얻어먹은 걸로 만족하려고요.
이 집 된장국 생각나면 또 갈 것 같아요 ♡ 밥값 계산하고 나오는데 이모님이 다음에 또 오라고 하셨어요. 카드 결제 되냐고 물어봤는데 현금이랑 계좌이체만 된다고 하셔서 급하게 이체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