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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손님과 찾은 주말 시장, 칼국수 한 끼의 솔직한 기억

토요일 아침에는 냉장고에 있는 걸 꺼내 대충 차리려고 했어요. 밥은 있었고 국만 데우면 되겠다 싶었는데, 오전에 가까운 지인이 잠깐 들르겠다는 연락이 왔답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부엌부터 슬쩍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죠?!

잠깐이 점심때까지 이어질 것 같아 집에서 부산을 떨기보다 동네 시장 쪽으로 나가기로 했어요. 삼남매까지 신발을 신겨 현관을 나서니 이미 한 번 외출을 끝낸 기분. 바깥 공기가 후끈해서 메뉴를 오래 고를 마음도 사라지고, 시장 안쪽에 있는 칼국수집으로 곧장 들어갔답니다.

문을 열자 멸치 국물 냄새가 솔솔 났어요. 시장 식당답게 테이블 간격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여러 명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긴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건 참 반가웠어요. 예상하지 못한 약속에는 기다리지 않고 앉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이잖아요.

칼국수는 국물이 지나치게 짜거나 무겁지 않았고, 면도 푹 퍼지지 않아 끝까지 후루룩 먹기 좋았어요. 아이들 그릇에는 먼저 면을 덜어 식혀 주고 김치는 어른들 쪽에 뒀는데, 따로 맵기를 설명하거나 조절할 일이 없으니 식사가 꽤 편했답니다. 김이 오르는 그릇 앞에서 모두 말수가 줄어드는 순간, 이 맛이지 ♡

함께 시킨 찐만두는 피가 얇고 속이 촉촉했어요.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사르르 나온다기보다 담백한 채소 맛이 먼저 오는 쪽이라 칼국수 사이에 먹기 잘 어울렸답니다. 자극적인 양념을 기대했다면 심심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막내가 거부감 없이 집어 드는 걸 보니 우리 집에는 오히려 맞았어요.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가게 안쪽까지 더운 공기가 남아 있어서 뜨거운 국물을 먹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작은 테이블에 그릇이 놓이자 앞접시 둘 자리도 빠듯했답니다. 만두가 칼국수를 거의 절반 먹은 뒤에 나온 것도 조금 아쉬웠어요. 같이 번갈아 먹고 싶었는데 호흡이 한 박자 늦은 셈이죠.

그래도 직원분이 빈 그릇을 바로바로 치워 주셔서 복잡한 자리에서 덜 정신없었고, 물도 부탁하기 전에 채워 주셨어요. 시장 안 식당은 북적이는 분위기 때문에 대화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날은 점심시간치고 소란스럽지 않았답니다. 갑자기 합류한 사람까지 편하게 앉아 한 끼를 먹기에는 꽤 괜찮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시장 입구에서 발이 멈췄어요. 아이들이 소화도 시킬 겸 한 바퀴만 더 돌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막상 걷기 시작하니 아까 식당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더라고요. 손님과 갑자기 잡힌 약속이라 정신없었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다들 한결 느긋해졌답니다.

하나만 보던 손이 두 개가 되고, 결국 장바구니는 또 묵직해졌어요. 포도 앞에서도 한참 서 있었으니 하나 사러 갔다가 봉지 가득 들고 오는 버릇은 계절을 가리지 않나 봐요. 시장 봉지를 양손에 들고 주차장까지 걷는데 아까 먹은 칼국수가 벌써 다 내려간 듯했어요. ㅎ

집에 도착하니 손님용으로 급히 치울 것도, 상을 새로 차릴 것도 없어서 마음이 느긋했어요. 시장에서 한 끼 먹고 오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다음에는 조금 덜 더운 날, 만두가 먼저 나오는 시간에 다시 가 보고 싶더라고요. 좋았던 맛은 분명한데 작은 아쉬움도 그대로 남는 집, 그런 곳이 오히려 다음 방문을 오래 고민하게 해요.

저녁 무렵에는 사 온 옥수수 껍질을 벗겨 냄비에 차곡차곡 넣었어요. 점심 약속은 진작 끝났는데 부엌에는 시장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답니다. 막내가 옆에서 언제 다 익느냐고 자꾸 묻는 동안, 저는 갈색 수염을 하나씩 떼며 물 끓는 소리만 기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