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야채칸을 정리하다가 베란다에 박스째 뒀던 양파 하나가 통째로 싹을 틔운 걸 발견했어요. 뚜껑도 안 덮고 그냥 방치했더니 초록 줄기가 쑥 올라와 있더라고요. 버리기는 아까워서 물컵에 꽂아뒀는데 며칠 새 더 자랐어요. 살림이란 게 이렇게 가끔 사람을 당황시키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네요.
그런 와중에도 저녁 메뉴 고민은 매일 반복이죠?! 삼시세끼 차리다 보면 하루쯤은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때우는 날이 생기는데, 요즘은 편의점 신상 구경하는 재미로 그 고비를 넘겨요. 세븐일레븐에서 이달 초 나온 마늘불고기&함박 도시락을 하나 사봤는데, 마늘불고기랑 함박이 한 통에 같이 들어 있어서 아이들 밥그릇에 나눠주기 딱 좋더라고요. 5,200원이라 가격 부담도 크지 않았고요.
편의점 신상은 은근히 자주 들여다봐요
집 앞 CU에도 이번 주 새로 나온 비빔밥이 있길래 눈여겨봤어요. 부추겉절이를 얹은 구성이라던데, 아삭한 부추 식감이 궁금하긴 한데 아직 사보진 못했어요. 4,900원이면 한 끼로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다음 장 볼 때 하나 담아볼까 싶어요.
사실 저는 편의점 도시락을 살 때마다 매운 정도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요. 마늘불고기 도시락도 뜯기 전에 냄새부터 맡아보고, 아이들 입맛엔 강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절반은 케첩을 살짝 섞어 순하게 만들어줬어요. 막내는 그것도 매워서 밥이랑 따로 먹더라고요. 이럴 땐 그냥 편한 대로 두는 게 답이에요.
참, 요즘 점심 도시락 싸기 귀찮을 때 대안으로 봐둔 게 하나 더 있어요. CU에서 가격파괴로 나온 패밀리샌드팩인데 통밀햄이랑 매콤게살감자 두 가지 맛으로 나왔더라고요. 낱개로 사던 샌드위치보다 훨씬 저렴하게 여러 개 챙길 수 있어서, 다음 주말 장 볼 때 냉장고에 채워둘 목록에 슬쩍 올려뒀어요.
양파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물컵에 꽂아둔 그 줄기가 이제 제법 자랐어요. 뿌리 쪽은 여전히 흐물흐물한데 초록 줄기만 씩씩하게 위로 뻗고 있어서 신기하게 보고 있어요. 이대로 두면 뭐가 되긴 할 텐데 딱히 계획은 없고요. 그냥 방치의 결과물을 구경하는 중이에요.
저녁상 차릴 때 보글보글 끓는 찌개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지면 그제야 하루가 제대로 굴러가는구나 싶어요. 오늘은 국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슬쩍 때웠지만, 내일은 또 가스불 앞에 서겠죠. 아이들 그릇에 밥 퍼주고 나면 저는 남은 반찬으로 대충 한 끼 때우는 게 일상이라, 가끔 이렇게 도시락 하나로 다 같이 편하게 먹는 저녁도 나쁘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