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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버터 향 진했던 버섯 볶음, 술안주로 딱이었던 저녁

오늘의 안주는 버섯 볶음이었어요. 어제부터 정해뒀던 메뉴는 아니었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다들 아침을 거르고 나간 날이라 저녁만큼은 뭐라도 진득하게 차려야겠다 싶었던 거죠. 애매하게 붕 뜬 하루였는데, 저녁 시간이 다가오니 유독 손이 가는 메뉴가 있더라고요.

그날따라 집안 공기도 좀 늘어져 있었어요. 아침을 건너뛴 티가 오후 내내 나던 날이라,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었죠. 저녁이라도 향 좋은 걸 채워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어요. 이럴 때 저는 꼭 뭔가 볶는 냄새로 집안을 채워야 하루가 마무리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날 저녁엔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 것 같아서, 어른 입맛에 맞는 안주 하나쯤 만들어 두면 좋겠다 싶었어요. 맵고 자극적인 게 아니라 그냥 향으로 먹는 그런 메뉴가 당겼고요. 자극적인 양념 없이도 만족스러운 메뉴가 뭐가 있을까 한참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몇 번 하다가, 결국 발길이 향한 곳은 마트였어요. 계획에 없던 장보기였지만, 이런 충동적인 외출이 저녁 메뉴를 정해주는 날도 있잖아요. 늦잠 자서 흐트러진 하루를 이렇게라도 정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장을 보러 나선 저녁#

동네 마트 채소 코너에 들렀는데, 버섯 칸이 유독 정리가 잘 되어 있더라고요. 양송이랑 참송이가 나란히 쌓여 있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담았죠.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장바구니 하나 들고 나선 참이라 손이 금방 무거워졌어요.

계산대 앞에서 마늘이랑 양파도 챙겼는데, 냉장고에 이미 있는 걸 깜빡하고 또 산 것도 있었어요. 이런 실수, 매번 반복되는데도 안 고쳐지네요 ㅎㅎ. 집에 와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서야 아차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보니#

집에 돌아와 봉지를 풀어놓고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더라고요. 버섯이라는 게 사 올 땐 별로 안 커 보이는데, 막상 다듬으려고 꺼내 놓으면 매번 이 정도였나 싶어요. 식탁 위에 봉지째 늘어놓고 잠깐 멍하니 쳐다봤어요.

씻지 않고 마른 채로 손질해야 한다는 게 처음엔 좀 낯설었어요. 브러시로 표면 먼지를 톡톡 털어내는데, 이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더라고요. 물에 슥 헹구면 금방 끝날 걸 하나하나 붓으로 문지르고 있자니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버섯이 균사체라 물기를 먹으면 상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제야 납득이 갔어요. 결국은 이해가 가면서도 손은 자꾸 물을 향해 뻗어가더라고요.

손질하다 말고 서랍을 열었는데, 예전에 방송 보고 홀린 듯이 샀던 채소 손질용 브러시가 그 안에 고이 잠자고 있더라고요. 포장도 안 뜯은 채로 몇 달째 처박혀 있던 걸 보고 잠깐 웃음이 났어요. 결국 그날도 그냥 맨손이랑 평범한 솔로 해결했지만, 저런 도구들은 왜 사고 나면 안 쓰게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양송이는 큼직하게 나눠 썰고, 참송이는 손으로 결대로 죽죽 찢었어요. 칼로 자르는 것보다 손으로 뜯는 게 훨씬 재밌더라고요. 결이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느낌이 은근히 손맛이 있었어요. 아이들 데리고 했으면 분명 좋아했을 텐데, 그날은 혼자 부엌에서 조용히 찢고 있었죠.

마늘이랑 양파도 옆에 나란히 썰어뒀어요. 재료들을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뭔가 시작이 반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오늘 준비한 재료는 이래요.

  • 양송이버섯 200g
  • 송이버섯 100g
  • 올리브오일 1큰술
  • 버터 1큰술
  • 마늘 3개
  • 양파 0.5개
  • 파슬리 1작은술
  • 양념·소스: 소금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다 늘어놓고 보니 단출한데도 그럴싸해 보이더라고요. 재료 자체가 많지 않은 요리라 손질만 끝나면 사실 반은 끝난 셈이죠. 이렇게 준비물을 쭉 늘어놓고 보는 시간을 저는 은근히 좋아해요. 뭘 만들지 정해지고 재료가 손질까지 끝나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 느낌이거든요.

불 앞에서 잠깐#

팬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을 딱 켜는 순간부터 이 요리는 사실 승부가 나는 것 같아요. 버섯을 와르르 쏟아 넣자마자 치익 소리가 나면서 김이 확 올라오는데,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미 반은 만족스러웠어요.

계속 뒤적이면서 수분이 날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눅눅하던 색이 점점 노릇노릇하게 바뀌면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퍼지더라고요. 정확히 얼마나 볶아야 하는지, 불 세기를 언제 줄여야 하는지는 제가 참고했던 원문에 자세히 나와 있어서 그대로 따라 했어요. 불 조절 타이밍 부분을 보고 나서야 감이 잡히더라고요.

마늘 향이 확 퍼질 때쯤 버터를 넣었는데, 그 냄새는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어요. 부엌에 서 있던 저도 모르게 코를 킁킁대고 있었다니까요 ㅎㅎ. 파슬리를 톡톡 뿌려 버무리고 나서 불을 끄는데, 그 잔열로 마무리하는 순간이 은근히 긴장됐어요. 조금만 더 두면 향이 날아갈 것 같고, 너무 빨리 끄면 덜 익은 느낌일 것 같고, 그 애매한 타이밍을 감으로 잡아야 하니까요.

접시에 담고 나서#

완성된 걸 접시에 옮겨 담는데 향이 진짜 진하더라고요. 마늘버터 냄새가 부엌을 넘어 거실까지 퍼진 걸 보니 이건 성공이다 싶었죠.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먹어보는데, 이 맛이지 ♡

씹는 순간 촵촵하게 씹히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속은 부드럽더라고요. 물기를 그렇게까지 빼야 하나 싶었던 손질 과정이 결국 이 식감을 만드는 거였구나 싶어서 그제서야 이해가 됐어요. 겉은 살짝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그 대비가 계속 젓가락을 부르더라고요.

참송이는 결대로 찢어서 그런지 양송이보다 향이 더 진했어요. 두 종류를 같이 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늘버터 향만 놓고 보면 어디 술집 안주 부럽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향 진한 안주를 만들 때마다 예전에 밥 없이도 김밥 기분 냈던 글 올렸던 게 떠올라요. 그때도 재료 손질에 시간을 꽤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면 저는 뭘 만들든 손질 단계에서 유독 진을 빼는 편인가 싶기도 하고요. 문득 이 버섯 한 접시에 영양성분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져서 찾아봤어요.

1인분 기준 영양성분 · 가격 (4인분 레시피, recipio 계산)
칼로리84 kcal
탄수화물5.1 g
단백질2.5 g
지방6.2 g
당류0.7 g
나트륨743 mg
재료비약 35,190원 (4인분 전체)
사 먹으면약 45,747원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 메뉴는 손이 많이 가는 편이에요. 버섯 손질에만 시간을 꽤 썼고, 팬도 한 번에 안 끝나서 설거지거리가 은근히 늘어나더라고요. 도마도 두 번, 프라이팬도 한 번에 안 끝나니 개수대가 금세 가득 찼어요. 빨리 한 상 차리고 싶은 날엔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맛있게 먹자 ♡ 하면서 그날 저녁은 그렇게 마무리됐어요. 아이들 재우고 조용히 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고요. 늦잠으로 시작해서 어수선했던 하루였는데, 마지막이 이렇게 향긋하게 끝나니 그것대로 다행이다 싶었어요.


다들 버섯 손질할 때 물로 씻는 편이세요, 브러시로 터는 편이세요? 저는 이번에 처음 마른 손질을 해봤는데, 계속 이 방식으로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손이 좀 가더라도 향이 이렇게 진해지는 거라면, 다음에도 또 손이 갈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