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시락으로 싼 건 카르트 라페 당근 샐러드랑 곤약 현미 김밥이에요. 원래 계획은 그냥 김이랑 시금치나물 정도로 대충 때우려던 거였는데,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계획이 통째로 바뀌었죠. 주말 오전 시간이 좀 남아서, 이왕이면 손이 가는 걸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평일엔 늘 시간에 쫓겨서 대충 싸는 편이라, 주말만큼은 좀 다르게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야채칸 정리하다가 정체불명의 봉지 하나가 손에 걸렸거든요. 뭔가 하고 뜯어봤더니 예전에 사놓고 완전히 잊고 있던 곤약이었어요. 유통기한은 아슬아슬하게 살아있고, 이걸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더라고요. 마침 옆 칸에 당근도 한 뭉치 남아 있길래, 이참에 뭔가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손에 쥔 봉지를 보면서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냉장고 앞에 쪼그려 앉아서 뭘 만들지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조합해보는 시간이 은근히 재미있더라고요.
모자란 것 채우러 나온 동네 마트
부족한 재료 좀 채우려고 아침 일찍 동네 마트에 갔어요.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고, 채소 코너만 유독 북적북적하더라고요. 카트 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매대 사이를 돌았죠. 형광등 불빛 아래서 채소들이 유난히 반짝거려 보이는 것도 주말 아침만의 기분 같았어요. 입구 쪽에 진열된 제철 과일 냄새까지 은은하게 풍겨서, 괜히 발걸음이 느려지더라고요.
당근 코너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곧게 뻗은 것보다 살짝 통통하고 흙이 덜 씻긴 게 더 달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그런 걸로 골라 담았죠. 레몬이랑 홀그레인 머스타드도 장바구니에 넣고, 시금치 한 단이랑 계란도 챙겼어요. 매대 사이를 오가면서 뭘 더 사야 하나 손가락으로 메모까지 짚어가며 확인했죠. 참기름 코너 앞에서는 늘 사던 브랜드가 품절이라, 낯선 걸로 대신 집어 들었어요. 이런 사소한 변수 때문에 장보기가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같이 따라나섰는데, 카트 미는 재미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뭘 사는지는 관심도 없더라고요. 그 와중에 막내는 과자 코너 앞에서 발이 딱 붙어버렸고요. 결국 하나 손에 쥐여주고 나서야 다시 움직였어요. 그 사이에 저는 계란이랑 참기름 진열대까지 마저 돌면서 빠진 게 없나 한 번 더 살폈어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늦잠 잔 날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웠던 얘기를 저번에도 한 번 썼었는데, 그날이랑은 완전 딴판인 하루였어요. 이번엔 시간도 넉넉했고, 만들어 먹을 마음의 여유도 있었으니까요. 그날은 정신없이 뛰쳐나갔던 기억뿐인데, 오늘은 카트 미는 속도부터 여유로웠어요.
계산대 줄이 길어서 잠깐 기다리는 동안 옆 사람 장바구니를 슬쩍 구경하는 것도 은근한 재미였어요. 다들 뭘 해 먹으려고 저렇게 담았을까 상상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앞에 선 아저씨 카트에는 삼겹살이랑 상추만 잔뜩 있어서, 오늘 저녁은 저 집도 정해졌겠구나 싶어 혼자 웃었어요. 계산하고 나서 영수증을 접어 지갑에 넣는데, 오늘따라 장바구니가 유독 묵직하게 느껴졌어요.
장 봐서 집에 돌아오니 벌써 한나절이 훌쩍 간 기분이었어요. 봉지 정리하면서 오늘은 뭐부터 손댈지 순서를 머릿속으로 그려봤죠. 식탁 위에 장바구니를 툭 내려놓고 앞치마부터 챙겨 입었어요.
식탁 위에 다 늘어놓고 나서야
재료를 다 꺼내서 식탁 위에 늘어놓으니 그제야 뭘 만드는 건지 감이 왔어요. 당근 샐러드용이랑 곤약 김밥용을 따로 나눠 놓고 보니 생각보다 가짓수가 많더라고요. 한쪽엔 채소, 한쪽엔 양념통을 줄줄이 세워놓고 나니 꼭 요리 방송 세트장 같은 기분도 살짝 들었어요. 뭐부터 손대야 하나 잠깐 팔짱 끼고 서서 순서를 정리했죠.
- 당근 1개
- 홀그레인머스타드 0.5큰술
- 올리브유 30ml
- 곤약 200g
- 백미 200g
- 현미 200g
- 시금치 200g
- 계란 3개
- 김 4장
- 양념·소스: 레몬즙, 소금, 알룰로스, 식초, 참기름, 참깨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재료 늘어놓다가 갑자기 딴생각이 나서 그런데, 저번 주에 국 끓이다가 딴짓하느라 냄비 태울 뻔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날 이후로 뭐 하나 올려놓으면 타이머부터 맞추는 버릇이 생겼어요. 오늘도 곤약 데치면서 타이머 켜놓고 시작했죠. 알람이 울릴 때까지 딴 데 신경 안 쓰려고 일부러 옆에 붙어 있기도 했고요.
당근이랑 곤약을 각각 손질하고 나니 손에서 흙 냄새랑 특유의 밍밍한 냄새가 같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손질만 해두면 반은 끝난 셈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도마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번갈아 손질하다 보니 어느새 싱크대 주변이 채소 자투리로 수북해졌어요. 중간중간 물 틀어서 손 씻어가며 하느라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리더라고요.
채칼질하다 손끝이 저릿했던 순간
당근을 채칼로 얇게 써는데 이게 은근히 손이 아프더라고요. 촵촵 썰리는 소리는 듣기 좋은데, 손끝에 계속 힘이 들어가니까 나중엔 저릿저릿했어요. 그래도 얇게 썬 당근이 볼에 수북이 쌓이는 걸 보니 뿌듯하긴 하더라고요 :) 중간에 손 한번 털고 다시 잡는 걸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몰라요. 절이는 동안 소금이 서서히 스며드는 걸 지켜보는 것도 은근히 지켜볼 맛이 있더라고요.
절여둔 당근 물기를 짜내고 드레싱이랑 섞는 부분에서는 정확한 비율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레시피는 드레싱 비율이랑 볶는 타이밍에 나와 있어서, 헷갈릴 때마다 그거 보고 따라 했어요. 눈대중으로 대충 넣었다가 다시 계량하고 섞기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드레싱이 노랗고 되직하게 잘 섞인 걸 보면서 이번엔 그럭저럭 맞게 만든 것 같다고 혼자 안심했어요.
곤약은 데치고 나서 다지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어요. 보글보글 끓는 물에 데치고 나니 특유의 냄새는 확실히 줄었는데, 다지는 동안 손목이 좀 뻐근했죠. 시금치 데쳐서 무치고 계란 지단까지 부치고 나니 부엌이 한바탕 전쟁터가 됐어요. 재료를 하나씩 밥 위에 얹어서 꼬마김밥까지 돌돌 말아서 완성!! 마지막에 참기름 발라 참깨 뿌리는 순간이 제일 뿌듯했어요.
도시락 뚜껑 열어본 순간
완성된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색이 참 예뻤어요. 주황이랑 초록이랑 노랑이 나란히 놓여 있으니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사진부터 한 장 찍어두고 나서야 젓가락을 들었죠. 당근 샐러드 한 입 먹자마자 상큼한 맛에 이 맛이지 ♡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근데 곤약 김밥은 씹을 때 식감이 좀 애매했어요. 곤약이 너무 잘게 다져져서 그런지 밥이랑 구분이 잘 안 되고, 오히려 살짝 물컹한 느낌이 남아서 그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다음엔 곤약을 조금 더 굵게 다져볼까 생각 중이에요.
영양성분이랑 가격이 궁금해져서 한번 찾아봤는데, 표로 정리해봤어요.
| 칼로리 | 1176 kcal |
|---|---|
| 탄수화물 | 181.1 g |
| 단백질 | 29.7 g |
| 지방 | 41.3 g |
| 당류 | 4.5 g |
| 나트륨 | 3115 mg |
| 재료비 | 약 10,680원 (2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21,100원 |
도시락 다 싸놓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었어요.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논다고 정신없고, 저는 남은 당근 샐러드를 냉장고에 넣어두면서 오후엔 뭐 하고 놀지 고민했죠.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리는 걸 들으며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설거지거리는 잔뜩 쌓였는데 그것마저 오늘은 이상하게 급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주말이 그냥 좋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