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도 원래 계획엔 없던 그림이었어요. 아이들 저녁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침부터 싱크대 배수구가 심상치 않더니, 설거지하다 말고 물이 아예 안 내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거든요.
한참을 이리저리 뚫어보다가 결국 손도 못 대고 포기했어요. 배수구 뚜껑 열고 이물질 걷어내고 뜨거운 물 붓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데도 그대로더라고요. 그 사이에 저녁 준비할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고요.
이럴 땐 답이 하나예요. 근처 CU로 그냥 나가는 거죠?! 마침 이번 주에 새로 나왔다는 부추겉절이 비빔밥이 눈에 들어왔어요. 부추겉절이를 큼직하게 얹은 구성인데, 가격도 부담 없어서 고민 없이 집어 들었어요.
집에 와서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부추 향이 솔솔 퍼졌어요. 밥이랑 나물을 슥슥 비볐어요. 완성!! 한입 떠먹었는데, 부추 향이 세지 않고 딱 개운한 정도라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이 맛이지 ♡ 싶어서 혼자 웃었네요.
아이들도 젓가락을 멈추지 않고 잘 먹어서 다행이었어요. 막내는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고추장 양은 따로 덜어줬는데, 그래도 부추 맛은 똑같이 느껴진다며 잘 먹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물이 자작하게 밥에 배어드는 그 순간이 제일 좋았어요. 비벼 먹을 때 톡톡 씹히는 식감도 은근히 재미있더라고요 ㅎㅎ
사실 저는 편의점 비빔밥을 예전엔 그냥 급할 때 때우는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진짜 신경 써서 나온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물 종류도 다양해지고 양도 예전보다 넉넉해진 것 같고요.
배수구는 결국 다음 날 기사님을 불러서야 해결됐어요. 별것도 아닌 일로 하루가 통째로 흔들렸다 싶으면서도, 저녁 하나는 이렇게 뜻밖에 잘 풀렸다 싶어서 마음이 놓였어요 :) 다음에 또 이런 날이 오면 이 비빔밥부터 떠올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