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갈치조림 덮밥은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 또 할 생각이에요. 저희 집 저녁 메뉴 정하기가 늘 전쟁인데, 이 날은 유독 밥그릇이 싹싹 비워졌거든요. 국그릇까지 다 비워지는 날은 흔치 않은데, 이 날은 그랬어요.
사실 이 요리를 하게 된 계기가 좀 웃긴데요. 냉장고 야채칸을 정리하다가 정체불명의 봉지 하나를 발견했어요. 언제 넣어뒀는지 기억도 안 나는, 라벨도 없는 그 봉지 하나 때문에 냉장고를 통째로 비우게 됐고, 그 김에 장을 새로 봐야겠다 싶어서 마트에 갔다가 갈치가 유독 좋아 보이길래 집어 온 거예요. 원래 계획에도 없던 장보기라 더 기억에 남네요.
밥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진 이유
솔직히 저희 집 저녁상에 생선구이는 자주 오르는데 갈치까지는 잘 안 사요. 손질이 은근히 손이 많이 가고, 아이들이 가시 있는 생선을 귀찮아하거든요. 근데 이번엔 방송에서 최강록 셰프가 갈치를 이런 식으로 낸 걸 보고 나서부터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어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건데 그날 저녁 내내 그 장면이 아른거렸어요.
밥 위에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조린 갈치를 얹는 방식이 신기했어요. 생선조림인데 덮밥이라니, 이 조합이 낯설면서도 자꾸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갈치가 좋아 보이던 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재료 손질하는 동안에도 이게 과연 될까 싶은 마음 반, 기대 반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저번에 올렸던 두부로 만든 다이어트 한 상 글 이후로 오랜만에 메인 요리 추천이라 저도 좀 반가웠어요. 그때는 죄책감 없이 가볍게 먹는 쪽이었다면, 이번엔 확실히 든든하게 배 채우는 쪽이죠. 두 글 다 저희 집 밥상 얘기인데 결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새삼 재미있더라고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갈치 껍질이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워지고, 그 위에 짭짤달콤한 소스가 얹히니까 밥이랑 같이 먹기에 딱이더라고요. 아이들도 비린 냄새 걱정 없이 잘 먹었어요. 막내는 소스만 밥에 더 뿌려 달라고 그릇을 두 번이나 다시 내밀었죠. 평소 생선이라면 젓가락도 잘 안 대던 아이인데 그날은 달랐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바삭하게 구운 갈치 살을 소스에 살짝 적셔 먹는 그 첫입이 제일 좋았어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고, 짠맛과 단맛이 밥이랑 같이 입안에서 섞이는 느낌이요. 청양고추를 곁들이니까 느끼할 틈도 없었고요. 매운 걸 잘 못 먹는 아이들 몫은 고추를 따로 빼서 담아줬는데, 그래도 소스 맛은 똑같이 즐길 수 있었어요.
이 정도면 손님 초대 상에도 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 평소엔 국이나 찌개 하나 끓이고 나물 몇 가지로 상을 차리는 편인데, 이건 메인 하나만으로도 상이 꽉 차 보이더라고요. 그릇에 담아내는 순간부터 이미 반은 성공이었던 것 같아요.
장바구니에 뭘 담았는지
재료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갈치랑 청양고추, 그리고 소스 만드는 데 들어가는 것들 정도라 장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특별한 재료를 따로 구하러 다닐 필요는 없더라고요.
- 갈치 1마리
- 청양고추 3개
- 밥 1공기
- 밀가루 2큰술
- 올리브유 3큰술
- 청주 2큰술
- 물 3큰술
- 양념·소스: 진간장, 맛술, 설탕, 소금, 통후추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참고로 이날 장 보고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쳤는데, 손에 든 장바구니를 슬쩍 보니 저랑 비슷한 걸 사 온 것 같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걸 사나 싶어서 괜히 웃겼어요. 이런 사소한 게 은근히 기억에 남죠.
조리하면서 기억에 남은 장면
갈치에 밀가루를 묻혀서 구울 때 기름 튀는 소리가 촵촵 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뒤집는 타이밍을 못 맞추면 살이 부서질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잘 뒤집혔어요. 그 순간 부엌에 서서 혼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네요.
소스 비율이랑 불 조절 타이밍은 사실 제가 대충 감으로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게 은근히 중요하더라고요. 정확한 비율이랑 불 조절 순서는 최강록 셰프 원문 레시피에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다 먹고 나서 문득 영양 성분이랑 가격이 궁금해져서 찾아봤어요.
| 칼로리 | 818 kcal |
|---|---|
| 탄수화물 | 104.9 g |
| 단백질 | 54 g |
| 지방 | 14.9 g |
| 당류 | 33.1 g |
| 나트륨 | 3881 mg |
| 재료비 | 약 8,747원 (1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8,100원 |
생선치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 다행이었어요. 다만 갈치 살 중에 얇은 꼬리 쪽 부위는 씹는 맛이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통통한 몸통 부위만 먹으면 좋은데, 얇은 부분은 소스만 진하고 식감이 밍밍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다음에 갈치 고를 때 좀 더 신경 써야겠다 싶었어요.
다른 집 아이들도 이런 생선덮밥이라면 잘 먹으려나요? 저는 다음엔 소스를 좀 더 넉넉히 만들어서 밥 위에 아예 비벼 먹어볼까 고민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