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에서 저녁거리만 사 오려던 날이었어요. 세제 코너를 지나는데 한 장씩 뜯어 쓰는 수세미가 눈에 들어와서 한참 들었다 놨다 했죠. 결국 장바구니에 넣고 계산을 마쳤는데,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손님이 들른다는 연락이 왔어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장바구니는 식탁 아래로 밀어 두고 싱크대부터 봤답니다. 아침에 나온 그릇이 포개져 있고, 물컵에는 아이들 손자국이 그대로. 평소에는 저녁 먹고 천천히 해도 될 일이 그날은 왜 그렇게 커 보이던지요.
그때 꺼낸 게 제가 직접 사서 쓰고 있던 롤형 일회용 수세미예요. 키친타월처럼 한 장씩 뜯는 얇은 수세미인데, 처음 샀을 때는 솔직히 이걸 굳이 써야 하나 싶었어요. 도톰한 수세미 하나를 오래 쓰는 데 익숙했으니까요.
급한 날에는 생각이 달라져요. 새것 한 장을 뜯어 컵과 접시를 촵촵 닦고 나니, 오래 쓴 수세미 냄새가 혹시 나지 않을까 신경 쓸 일이 없었어요. 설거지를 마친 뒤에는 그 장으로 싱크대 가장자리와 수도꼭지 밑의 물때까지 훑을 수 있어서 손이 덜 머뭇거렸답니다.
기름이 많이 묻은 그릇을 닦은 뒤에도 미련 없이 다음 청소로 넘기기 편했어요. 깨끗한 그릇에 쓴 면으로 상판의 물방울을 닦고, 마지막에는 배수구 주변을 한 바퀴. 설거지용과 청소용 사이에서 수세미를 따로 꺼내지 않아도 되는 점은 그날 제대로 실감했죠?!
그렇다고 마냥 편한 물건은 아니었어요. 한 장이 얇아서 국그릇처럼 안쪽이 깊은 그릇을 문지를 때는 손에 힘이 그대로 들어가고, 거품도 도톰한 수세미보다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었답니다. 물을 먹으면 살짝 미끄러워져서 급하게 닦다가 그릇 하나를 싱크대 안에 툭 떨어뜨리기도 했어요 ㅎ.
무엇보다 손님 온다고 마음이 급하면 새 장을 너무 쉽게 뜯게 돼요. 한 장이면 될 자리에 두 장을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 편리함이 곧 낭비가 되겠구나 싶었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롤을 싱크대 바로 앞이 아니라 아래 서랍에 넣어 두고, 정말 새 수세미가 필요한 순간에만 꺼내요.
그날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수구 물까지 천천히 내려갔어요. 옥수수 껍질을 정리하다가 나온 잔부스러기와 아침 설거지 찌꺼기가 거름망에 한가득이었더라고요. 손님 오기 전에는 꼭 이런 일이 생겨요.
일회용 수세미 한 장으로 주변 물기를 닦고 거름망을 갈았더니 막혀 있던 물이 사르르 빠졌어요. 다만 배수구 안쪽까지 밀어 넣어 문지르기에는 얇은 천이 자꾸 접혀서 답답했답니다. 깊숙한 곳은 손잡이 솔이 훨씬 편했고, 이 수세미는 마지막 닦음용이 제자리였어요.
식탁 위에 옥수수를 올리고 나니 막내가 먼저 다가와 한 알만 떼어 달라고 했어요. 손님맞이 그릇은 반짝반짝까지는 아니어도 말끔했고, 싱크대에는 물기만 조금 남아 있었죠. 저는 쓰고 난 수세미를 말려 두지 않고 바로 정리한 뒤, 늦게야 장바구니 바닥에 굴러다니던 옥수수수염을 주워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