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장바구니는 늘 비슷하게 시작해요. 다가오는 한 주를 생각하며 달걀을 담고, 두부는 냉장고 칸에 들어갈 만큼만 집어요. 삼남매가 한꺼번에 집에 있는 날은 한 끼 먹고 돌아서면 또 뭘 찾으니 기본 식재료가 든든해야 마음이 놓이죠.
출발 전에 냉장고 사진도 찍어 갔어요. 그런데 마트에서 화면을 확대해 봐도 우유가 있는지 없는지 영 안 보이는 거예요. 한 통만 담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안쪽에 뜯지 않은 우유가 또 있었어요. 이럴 때는 장보기 계획보다 냉장고 정리가 먼저였나 싶죠.
동네 마트에서 양파 망을 들었다 놨다 했어요. 지난번에 사 둔 게 두 알 남았는데, 평일 저녁에 양파가 없으면 괜히 손이 막히더라고요. 결국 작은 망으로 골랐고 대파도 한 단 들었어요. 카트 바퀴 하나가 자꾸 왼쪽으로 돌아가서 대파가 진열대에 촵 하고 부딪힌 건 조금 민망했고요.
특별한 걸 많이 담지 않았는데도 계산 화면의 숫자는 금방 올라갔어요. 기본 식재료만 샀으니 이 정도겠지 하고 머릿속으로 잡아 둔 금액이 있었는데, 영수증을 받자마자 조용히 접었답니다. 비싼 걸 산 기억은 모카번 하나뿐인데 말이에요.
달걀은 아침에도 쓰고 급한 저녁에도 써요. 아이들은 장바구니를 보더니 또 달걀이냐고 했지만, 정작 프라이 하나만 올려도 밥 한 공기 금방 비우잖아요. 두부를 보고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그 반응이 제일 솔직하죠?!
감자도 묵직한 것 몇 개를 골랐어요. 국에 퐁당 넣어도 되고 팬에 노릇노릇 구우면 막내가 먼저 젓가락을 들이밀어요. 거창한 주간 식단표는 없지만 월요일 저녁쯤 무엇을 꺼낼지는 장바구니 안에서 슬쩍 정해지는 편이에요.
계산대로 가는 길에는 편의점 신상품 생각이 났어요. GS25에 민음사 모카번(우유크림)이 3,700원으로 나왔다기에 궁금했거든요. 장 본 것만 해도 양손이 묵직했는데 결국 하나 집어 왔어요. 이런 건 충동구매라고 써야 정확하겠죠.
집에서 봉지를 열자 이름부터 읽던 삼남매가 한 조각씩 달라고 붙었어요. 넷으로 나누니 제 몫은 손가락 두 마디쯤, 3,700원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크게 느껴졌답니다. 그래도 각자 접시를 들고 기다리는 얼굴을 보니 혼자 몰래 먹지 않은 게 다행이었어요. 다음에는 장바구니 가벼운 날에만 사기로 혼자 정했지만요.
장을 풀면서 바로 국도 올렸어요. 감자랑 양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두면 저녁 한 가지는 끝났다는 생각에, 영수증을 펴 놓고 냉장고 칸까지 닦기 시작했지 뭐예요. 고소한 냄새가 어느 순간 살짝 수상해져서 뛰어갔더니 바닥에 있던 양파가 눌어붙기 직전이었어요. 주말 준비하다가 냄비부터 바꿀 뻔했네요 ㅎ.
불을 줄이고 국자를 한 번 저으니 다시 평소 냄새가 났어요. 옆에서는 아까 산 두부를 오늘 먹자는 주문이 들어왔고, 저는 그건 월요일 몫이라고 잘라 말했어요. 장을 넉넉히 봐도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냉장고 계획은 금방 흔들려요.
결국 저녁에는 남아 있던 반찬을 먼저 꺼냈어요. 새로 산 건 제자리에 넣어 두고, 양파 껍질만 치우려는데 싱크대 아래에서 굴러다니던 감자 하나가 또 나왔어요. 그래서 오늘 산 감자는 냉장고 맨 아래 칸으로 밀어 넣었고요.
냉장고 문은 한 번에 닫히지 않았어요. 대파 한 줄기가 고무 패킹에 끼어서 다시 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