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녁 메뉴는 차지키 두부김밥 샐러드예요. 발단은 지난주 아이들 다 재워놓고 소파에 널브러져서 배달앱을 켰다가, 최소 주문 금액에 배달비까지 얹어 보고는 조용히 앱을 꺼버린 밤이었어요. 시켜 먹으려던 게 뭐였는지도 가물가물한데, 그 숫자만 또렷하게 기억나네요. 냉장고 파먹기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문을 열었죠.
마침 며칠 전부터 밥량을 줄여보자는 얘기가 집에서 돌고 있었어요. 저부터도 그렇고, 아이들도 은근히 살찐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나이가 됐더라고요. 그렇다고 김밥을 포기하기는 싫어서, 밥 대신 뭘 채울까 한참 고민했어요. 냉장고 문 앞에 서서 두부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두부를 밥처럼 볶아서 김밥을 만다는 얘기는 어디선가 스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밥 없이 김밥이라니, 막상 하려니 좀 낯설죠?! 반신반의하면서도 두부부터 꺼냈어요. 물기를 짜내는 것부터가 일이겠다 싶었지만, 어차피 저녁은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날따라 오후 내내 밀린 빨래를 개고 아이들 학원 스케줄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녁 메뉴를 진지하게 고민할 기력조차 안 남아서, 손 가는 대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결국 두부 앞에서 멈춰 선 거였죠.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 별거 없었어요
재료를 늘어놓고 보니 특별할 게 하나도 없었어요. 두부야 원래 자주 사두는 편이고, 계란도 떨어질 일이 없는 집이라 그냥 냉장고 문만 열면 되는 수준이었죠.
오이랑 양파, 청양고추는 다 상비 채소예요. 오이를 톡톡 썰다 보니 아이들이 옆에 붙어서 한 조각씩 집어 먹느라 정신없었고요. 참치캔 하나 정도는 찬장에 늘 굴러다니는 편이라 문제 될 게 없었어요.
- 두부 500g
- 계란 3개
- 오이 2개
- 참치캔 1캔
- 양파 1/2개
- 청양고추 1개
- 깻잎 적당량
- 김밥 김 적당량
- 그릭요거트 100g
- 양념·소스: 소금, 후추, 다진 마늘, 레몬즙, 알룰로스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그릭요거트를 찾으려고 냉장고 문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는지 몰라요. 애들 간식으로 사둔 플레인 요거트는 있는데 꾸덕한 그릭요거트는 또 다른 물건이더라고요. 결국 이건 없이는 못 만들겠다 싶어서 따로 챙겨야 했습니다.
깻잎이랑 김밥 김은 집에 늘 상비해두는 살림이라 바로 나왔어요. 알룰로스랑 레몬즙까지 꺼내놓고 보니 식탁이 아니라 무슨 실험대 같더라고요.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매번 생각해요, 김밥 하나 싼다고 재료가 이렇게 많이 필요했나 싶다고요 ㅎㅎ
막내는 그 와중에 청양고추를 집었다가 화들짝 놀라서 물을 찾으러 뛰어갔어요. 부엌이 시끌시끌한 게 저녁 준비하는 맛이죠.
도마 위에 다 늘어놓고 보니 초록 오이랑 빨간 참치캔 뚜껑, 노란 계란까지 색이 제법 알록달록하더라고요. 재료 손질하는 동안 식탁 위는 이미 도마 두어 개랑 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요.
두부 볶는 냄새부터 김밥 마는 순간까지
두부는 물기를 짜내고 프라이팬에 올리자마자 냄새가 확 바뀌었어요. 노릇노릇해지면서 밥알처럼 고슬고슬해질 때까지 계속 뒤적이는데, 진짜 밥 볶는 냄새랑 거의 비슷해서 신기했습니다. 정확한 양념 비율이랑 소스 만드는 순서는 원문 레시피에 자세히 정리돼 있어서 그대로 보고 따라 했어요.
한창 두부를 볶고 있는데 환기구 너머로 아랫집 저녁 냄새가 훅 올라왔어요. 매콤한 건지 짭짤한 건지 헷갈리는 냄새였는데, 그 와중에도 손은 계속 프라이팬을 뒤적이고 있었네요. 김밥 마는 마지막 순간엔 속재료가 평소보다 도톰해서 터질까 봐 손에 힘을 꽉 주고 눌러 말았어요.
먹어 보니, 그리고 살짝 아쉬웠던 점
한 줄 썰어서 식탁에 내놨어요. 다 같이 맛있게 먹자 ♡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반응은 살짝 갈렸어요. 아이들은 김밥인데 밥이 없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면서 대체로 잘 먹었고, 막내만 오이가 씹힌다고 몇 조각 골라내더라고요.
저는 한 입 먹자마자 두부가 진짜 밥 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새콤한 소스랑 참치, 두부가 한데 말려 들어간 맛이 낯설면서도 계속 손이 갔습니다. 씹을 때마다 오이가 아삭하게 씹히고 뒤이어 소스의 새콤함이 은은하게 남는 게, 자꾸 한 줄 더 집게 만들더라고요. 이 맛이지 ♡ 싶은 순간이 분명히 있었어요. 다 먹고 나서 문득 이 정도면 속이 든든한데 정확히 어떤 성분으로 채워진 건지 궁금해져서 찾아봤어요.
| 칼로리 | 452 kcal |
|---|---|
| 탄수화물 | 32.8 g |
| 단백질 | 53.7 g |
| 지방 | 23.1 g |
| 당류 | 4.9 g |
| 나트륨 | 568 mg |
| 재료비 | 약 9,772원 (2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2,000원 |
찾아보고 나서 조금 놀랐던 건 재료값이었어요. 두부나 계란, 오이야 원래 늘 사두는 것들이라 부담이 없는데, 그릭요거트랑 알룰로스처럼 평소 안 쓰던 재료가 끼면서 총 재료비가 생각보다 올라가더라고요. 동네 마트에는 그릭요거트가 없어서 결국 주말 대형마트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 왔는데, 그 사이 냉장고에 있던 두부로 다른 요리를 먼저 해 먹었을 정도예요.
매일 만들 메뉴는 아니고, 재료 다 갖춰놓고 마음먹었을 때 한 번씩 해 먹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밥 없이 김밥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 하나는 확실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도시락으로 한 줄 더 싸 갈까 하다가, 소스가 김에 스며서 눅눅해질까 봐 그건 그냥 접었어요. 완성!!
혹시 다른 집 냉장고에도 그릭요거트, 늘 있는 편인가요? 저희 집만 유난히 없는 재료였는지, 아니면 다들 챙겨 두는 건데 저만 몰랐던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